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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이 행성에 와보니 밤 풍경에서 확실히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이 행성의 유일한 위성이다. 이 위성은 밤하늘에 뜬 다른 모든 별을 합친 것보다 최소 100배에서 수백 배나 밝다. 더 특이한 .은 그 밝기가 주기를 띠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이다. 이 위성은 이 행성의 항성에서 오는 빛을 반사하는데, 이 행성에서 볼 때는 빛을 반사하는 부분(면적)이 계속 변하므로 대략 29일에서 30일을 주기로 완전히 깜깜해졌다가 다시 밝아진다. 그동안 손톱 모양, 반원 모양 등으로 모습을 바꾼다. 느낌을 말한다면, 매혹적이다. 이 행성의 많은 동물이 이 주기를 기준으로 생활의 패턴을 바꿔온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 행성의 유일한 문명종(種)인 인간은 그 패턴에서 벗어난 것 같다. 이제는 그들이 사용하는 유력한 달력 속의 ‘달(月, month)’도 이 주기를 따르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아마도 그들이 밤에 빛을 내는 ‘불’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가장 가까운 다른 땅덩어리’에 매혹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 이 행성의 거대 대륙 동쪽 지역에서는 작물 수확기 즈음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 인간들이 가장 큰 축제를 지낸다. 가장 큰 ‘두’ 축제 중 하나라고 하는 게 옳겠다. 멀리 있던 가족들이 모이고, 조상에게 예를 표하고, 음식을 함께 먹는다. 이 별의 문명종 시。으로 돌아와야겠다. 문인 윤선도(1587~1671)는 ‘오우가(五友歌)’에서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달 등 다섯 벗을 꼽았다.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중에 광명이 너 만한 이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바다이야기 방식 해방 직후 김태오의 시에 나운영이 곡을 붙인 ‘달밤’의 달도 윤선도가 본 달처럼 시인이 내밀한 사연을 기꺼이 고백할 만한 마음의 벗이다. 등불을 끄고 자려 하니 휘영청 창문이 밝으오 문을 열고 내어다 보니 달은 어여쁜 선녀 같이 내 뜰 위에 찾아오다 달아 내 사랑아 내 그대와 함께 이 한밤을 이 한밤을 얘기하고 싶구나. 달은 불교적 세계관과 연관되어 인간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존재이기도 했다. 고려시대 이규보(1168~1242)의 한시 ‘우물 속의 달을 읊다(영정중월·詠井中月)’는 능엄경에 나오는 견지망월(見指忘月·손가락을 보고 달을 잊는다)의 깨우침을 떠올리게 한다. 산승이 달빛을 탐하여 물과 함께 병에 담아갔더니 절에 다다라서야 깨닫도다 병을 기울이니 달도 사라졌음을. 달은 때로 마음속의 괴로움을 유발하는 존재인 동시에 괴로움을 호소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했다. 윤선도와 비슷한 시대 송익필(1534~1599)의 한시다. ‘달을 보다(望月)’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달이 더디 차는 것을 늘 한스러워했는데 차고 나서는 어찌 이리 쉬이 이지러지는가 서른 밤 가운데 둥근 것은 단 하루 밤뿐이니 한평생 마음속 일들이 모두 이와 같아라. ⓒ pixabay 음악사에서 달빛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가장 사랑받는 곡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月光·달빛)’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 제목은 베토벤이 의도한 것이 아니다. 시인 루트비히 렐슈타프가 이 고독하고도 잔잔한 악상을 ‘루체른 호수의 달빛에 흔들리는 작은 배’로 표현하면서 후대에 덧붙여진 것이다 모바일 바다이야기 pc버전 . 그러나 누가 반박할 수 있겠는가? 그 이미지가 만인의 가슴에 적확하게 와닿는다는 것을. 음악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또 하나의 ‘달빛’은 새삼 소개할 것도 없이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세 번째 곡 ‘달빛(Clair de lune)’이다. 폴 베를렌이 쓴 같은 제목의 시에서 영감을 얻었다. 베를렌의 시 ‘달빛’은 다음과 같다. 그대의 영혼은 선택된 풍경, 기묘한 변장 아래 가면 쓴 베르가모 무용수들이 류트를 켜고 춤을 추며 매혹하지만 그들은 어딘지 슬퍼 보인다. 단조로 노래하면서도 사랑의 승리와 순탄한 삶을 노래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행복을 믿지 않는 듯하고 그들의 노래는 달빛 속에 섞여든다. 나무 위의 새들을 꿈꾸게 하고 대리석 조각들 사이로 늘씬하게 솟은 거대한 분수들을 황홀경에 흐느끼게 하는 슬프고도 아름다우며 고요한 달빛 속에. [드뷔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 (0:12부터 감상)] 베를렌은 ‘단조(mode mineur)’의 노래를 언급했지만 드뷔시의 ‘달빛’은 D플랫장조를 주조(主調)로 대부분 장음계적 진행 속에 흐른다. 베를렌은 ‘슬프고도 고요한 달빛’을 이야기하지만 드뷔시의 가락은 오히려 탐닉하고 도취하는 듯한 달빛을 그린다. 드뷔시가 베를렌의 시를 소재로 이야기한 것은 일종의 풍자 아니었을까? 영국 시인 월터 드 라 메어가 1913년 발표한 ‘은빛(Silver)’에서 ‘달’이라는 이름은 첫 행에 단 한 번 나온다. 시인은 달빛이 지상의 사물들을 은빛으로 탈바꿈시키는 마법 같은 변용을 정밀한 렌즈에 담듯이 그려낸다. 천천히, 소리없이, 이제 달이 은빛 신을 신고 밤길을 걷는다; 릴게임알라딘백마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바라본다, 은빛 나무에 맺힌 은빛 열매들을; 창문들은 하나둘씩 은빛 초가지붕 아래 그의 광채를 머금고; 개집에 통나무처럼 웅크린 채 은빛 발을 한 개가 잠들어 있다. 그늘진 비둘기장에서는 은빛 깃털 속에 잠든 비둘기들의 하얀 가슴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들쥐 한 마리 은빛 발톱과 은빛 눈을 번뜩이며 총총걸음으로 내달린다. 물속에 미동 없이 멈춰 선 물고기는 은빛 개울 속 은빛 갈대 곁에서 반짝인다. ⓒ pixabay 독일 낭만주의 시인 아이헨도르프는 1837년 발표한 시 ‘달밤(Mondnacht)’에서 영원으로 향하는 영혼의 동경을 달빛에 담았다. 이 아름다운 시는 슈만의 ‘리더크라이스’ Op. 39 중 다섯 번째 곡이 되었다. 마치 하늘이 조용히 대지에 입 맞춘 듯했다, 대지가 꽃빛 어스름 속에서 오직 하늘만을 꿈꾸어야 하도록. 바람이 들판을 지나갔고, 이삭들은 조용히 물결쳤으며, 숲들은 나직이 술렁였다, 그토록 별빛 맑은 밤이었다. 그리고 내 영혼은 두 날개를 활짝 펼쳐, 고요한 땅 위를 날아갔다, 마치 집으로 날아가듯. 내가 이 행성에 도착하고 나서 4년 뒤, 이 행성의 문명종인 인간은 달 위를 걸었다. 뉴스에는 ‘달은 신비를 잃었다’, 심지어 ‘달은 순결을 빼앗겼다’는 칼럼이 등장했다. 그랬을까? 달 위를 걸은 인간은 아직도 열 두 명에 불과하고, 마지막으로 걸은 것은 무려 54년 전이다. 그중 단 네 명만이 생존해 있다. 반세기 넘게 지난 지금도 인간은 달과 관련된 신화를 외우고 낭독한다. 일부는 여전히 달에게 소원을 빈다. 저 빛나는 바윗덩어리는 그 모든 부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유윤종 음악평론가·클래식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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