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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람(Salam)'은 아랍어로 평화를 뜻하는 인사말입니다. 김소희 카이로 특파원이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의 분쟁과 갈등은 물론 미래를 향해 움직이는 사람·도시·산업의 변화도 함께 전합니다. 4주에 한 번씩, 이집트 카이로를 거.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이 지역의 이야기를 조금 더 가까이 담아봅니다. 마대 자루를 빼곡히 실은 트럭이 골목을 비집고 들어간다. 곡예하듯 운전해 집집마다 배달하는 건 다름 아닌 쓰레기다. 골목 곳곳엔 성인 키를 훌쩍 넘는 자루 수십 개가 이미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벽을 뜯어낸 건물 안에도 사람 대신 쓰레기가 가득하다. 누군가는 자루를 어깨에 메고 나르고, 누군가는 그 안에 손을 넣어 재활용품을 골라낸다. 한낮 기온이 32도에 달하는 더위 속 악취는 선명하기만 한데 누구 하나 멈추지 않는다. 이집트 카이로의 모카탐, 일명 '쓰레기 마을'이다. 수도 카이로 전역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의 최대 70%가 끊임없이 이곳으로 흘러들어온다. 1970년대 콥트교 기독교인들이 모여 형성한 동네로, 현재는 약 10만 명의 주민이 쓰레기로 생계를 해결하며 살아가고 있다. 쓰레기를 수거·분류하는 사람들은 아랍어 '지발라(zibala·쓰레기)'에서 유래한 '자발린'으로 불린다. 제도권 내 공식 노동자는 아니지만, 이들은 사실상 이집트의 폐기물 처리 체계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력이다. 이들의 하루는 24시간 쓰레기와 함께 돌아간다. 남성들이 외부에서 차량 가득 쓰레기를 실어오면, 가구 단위 작업장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분류 작업에 들어간다. 주로 여성들이 종류·색깔별로 재활용 쓰레기를 최대 16가지 유형으로 부지런히 골라낸다. 11일 아들 셋을 키우는 마가렛(27)은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자루 사이에 앉아 작업하던 중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깃단(엄청요)" 하고 답했다. 그저 최대한 빠르게 분류하는 수밖에 없단다. 그는 하루 종일 일하지만 "아이들 먹일 음식과 약간의 생계비를 겨우 마련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마가렛 가족처럼 쓰레기 수거와 분류로 얻는 가구당 월 소득은 평균 1만5,000파운드(약 40만 원) 안팎이다. 이들이 종이·플라스틱·알루미늄·유리 등으로 선별한 재활용 원자재는 중간상인을 거쳐 전문 재활용 작업장이나 공장으로 판매된다.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수거와 1차 분류, 가공 및 원자재화까지 분업 시스템이 작동하는 셈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돼지나 양, 염소 등 가축에게 먹인다. 이슬람 교리에 따라 돼지 사육이 금기시되는 이집트에서 콥트교도인 자발린이 돼지를 기르며 도시의 유기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 같은 체계를 바탕으로 자발린 공동체는 수거된 전체 폐기물의 80% 이상을 재활용해 낸다. 이는 자원순환 선진국으로 꼽히는 서구권 국가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다. 유럽연합(EU)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EU의 평균 도시폐기물 재활용률은 48% 정도다. 최첨단 장비 없이도 사람의 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재활용 효율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커다란 자부심이다. 플라스틱 수입 막혀 뜻밖 '특수'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시스템은 2월 미국·이란 전쟁 개전 이후 뜻밖의 '특수'를 맞았다. AFP통신은 7월 이집트 화학산업협회를 인용해 이집트가 플라스틱 원료의 약 40%를 걸프 국가나 유럽, 한국 등에서 수입한다고 보도했다. 전쟁이 시작된 뒤 호르무즈해협 통항이 어려워지면서 원자재 수급이 막히고 플라스틱 가격이 폭등하자, 현지 제조업체들이 자발린의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 노동자인 리즈크 유시프는 "수요가 세 배로 늘면서 일부 재활용 플라스틱 가격이 최대 60%까지 뛰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재활용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피터 로마니(25) 역시 현지 매체에 "전쟁과 폭력에는 절대 반대하지만, 업계 특수 면에서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며 "재생 플라스틱 가격이 톤당 5,000파운드(약 13만 원) 가까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11일 찾은 모카탐의 한 가공 작업장에선 수거한 비닐봉지를 세척해 고온으로 건조한 뒤 플라스틱 재활용 원료인 펠릿(알갱이)을 만드는 작업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기계를 갖춘 가공업자들은 수익을 거두었지만 자발린들의 생계는 나아지지 않았다.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트럭 연료비가 급등해 남는 게 없는 데다, 플라스틱 쓰레기 단가가 오르자 경쟁자들이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황금성배당 특히 길거리 쓰레기를 뒤지는 외부 수거꾼 '나바신(Nabbashin)'이 늘어나면서 자발린의 실질 수입을 갉아먹는 골칫거리가 됐다. 나바신들은 자발린 수거원들이 새벽녘 쓰레기를 거두어 가기 전, 길거리에 놓인 쓰레기 봉투를 파헤쳐 돈이 되는 자원만 먼저 가져간다. 이로 인해 자발린들은 정작 모카탐 마을로 가져가 분리수거할 '알짜배기' 쓰레기를 빼앗긴 채, 남겨진 쓰레기 봉투를 정리해야 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 위협받는 자발린 11일 이집트 카이로의 '쓰레기 마을' 전경. 튀니지계 프랑스인 예술가가 2016년 입체식 벽화를 그려 인식 개선에 나섰다. 그라피티 속엔 아랍어로 '만약 누군가 해의 빛을 보고 싶다면 먼저 그의 눈을 깨끗이 해야 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카이로=김소희 특파원 게다가 자발린들은 최근 새로운 도전에도 직면했다. 민간 재활용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일부 지역엔 지난달 무인 재활용 수거 기계가 설치됐다. 자발린 노동조합 위원장인 셰하타 엘모카다스는 로이터통신에 "문제는 기술 첨단화 자체가 아니라 평생을 바쳐온 수거원들이 새 시스템에서 철저히 소외되는 현실"이라며 자발린에 대한 배제를 비판했다. 아직 모카탐 주민들은 "병당 1파운드를 돌려주는데 누가 이용하겠느냐"며 기계화의 실효성을 낮게 보지만, 언제든 자신들을 대체하려는 시도가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 분위기다. 열악한 노동·주거 환경도 노동자들의 삶을 위협하는 고질적인 요인이다. 방치된 쓰레기에서 나오는 악취는 기본이고, 작업장 굴뚝에선 플라스틱 가공 과정에서 필터를 청소할 때마다 유해 물질을 품은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2023년 이집트 보건학회지(EJHC)에 게재된 폐기물 수거 노동자 보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4.7%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용 건물과 주거 공간을 구분해 생활하는 가구도 있지만, 일하는 동안은 갓난아이들조차 쓰레기 한가운데 방치되어 유해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는 실정이다. 앞서 이집트 정부 역시 자발린 중심의 쓰레기 수거 방식을 전환하려 시도했지만, 현실적 한계에 부딪혔다. 2002년부터 비위생적인 수거 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스페인·이탈리아 등 다국적 기업에 도시 고형 폐기물 관리를 위탁하는 민영화 정책을 추진했다. 알라딘게임랜드 그러나 대형 쓰레기 수거 업체의 트럭이 카이로의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지 못하는 실정을 간과했다. 가구별 문 앞까지 찾아가 쓰레기를 수거해오던 자발린의 체계를 대체하지 못한 민영화 시도는 2017년 계약 만료와 함께 실패로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자발린을 대체할 것이 아니라 비공식 영역에 있는 이들의 시스템을 공식화하고 정부가 환경·안전 개선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살라 엘 하가르 카이로아메리칸대(AUC) 기계공학과 교수는 서면 인터뷰에서 "이집트 내 비공식 부문의 규모가 워낙 거대해 이들을 제외한 채 추진된 통합 시도의 대다수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는 정부 지원을 통해 "자발린이 단순 1차 선별과 반가공 단계에 머물지 않고 자체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 교육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의 자립 지원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현장에선 지역사회 기반 비정부기구(NGO)가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1984년 설립된 '환경보호협회(APE)'는 자발린 여성들을 고용해 소득 증진을 위한 역량 강화와 자립을 돕는다. APE는 재봉·직조 등 기술을 배우는 3개월 직업 교육을 실시하며, 교육 중에는 하루 100파운드의 일당을 지급한다. 교육 수료 후 생산자가 되면 월 약 3,500파운드(약 10만 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금액이 크진 않지만 생계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 265명의 직원이 버려진 천 조각을 가방, 이불보, 카펫 등으로 업사이클링하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천뿐만 아니라 가공이 어려운 종이, 유리병, 알루미늄 캔 뚜껑까지 활용해 수제 공예품을 제작한다. 버려진 이면지로 재활용 종이를 만드는 공정을 보여주던 네마(38)는 "10대 때 시작해 20년 넘게 이곳에서 일하며 아이들을 다 키워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APE는 일자리뿐 아니라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도 제공한다. 엄마가 일하는 동안 아이들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센터 내 유치원을 운영하는 돌봄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14일 APE에선 40년간 근무한 직원 네에마트의 은퇴를 기념하는 파티가 열렸다. 이집트 환경부 장관을 지낸 APE 공동설립자 라일라 이스칸다르 박사는 이날 네에마트를 축하하며 "우리는 500명이 넘는 여성들을 일꾼이자 리더로 키워냈다"며 "우리의 꿈은 선발 주자들이 심은 씨앗을 더 크게 일궈 모카탐의 완전히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활용 수거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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