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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에서의 첫 아침, 이번 중앙아시아 공정여행 중 가장 기대했던 만남이 있는 날이었다. 지난 12일, 알마티 고려한글학교에서 공부하는 고려인 청소년들과의 교류가 시작됐다. 카자흐스탄은 이번 공정여행에서 꼭 깊이 만나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많은 고려인이 살아가고 있고, 독립운동의 흔적과 그 후손들, 고려인의 문화와 교육을 이어가는 여러 단체가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여행 전부터 1937년 고려인 강제이주의 역사와 중앙아시아 독립운동의 흔적을 공부해왔다. 그러나 우리가 알마티에서 만나고 싶었던 것은 과거의 역사만이 아니었다. 그 역사를 지나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고려인 부모들이 다시 자녀를 한글학교에 보내는 이유 알마티 한국교육원 안에 있는 고려한글학교에는 매주 토요일이면 유치부부터 청소년까지 약 150명의 학생들이 모인다. 한글을 배우고 사물놀이와 K-pop, 태권도 등 다양한 한국문화도 경험한다. 우리를 맞아준 김울리아 교장은 고려인 3세다. 김 교장은 카자흐스탄의 고려인들이 여러 세대를 지나며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러시아인처럼 보이는 이들 가운데도 김씨를 비롯한 고려인 성을 가진 경우가 많고, 서로 다른 민족과의 결혼을 통해 가족의 모습도 더욱 다양해졌다고 했다. 김울리아 교장은 고려인 사회에서 언어가 어떻게 달라져왔는지도 들려주었다. "처음 1세대들은 고려말을 쓰고 지키려고 했어요. 하지만 다음 세대는 공부하고 더 넓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러시아어를 배워야 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려말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렇게 세대를 지나며 고려말은 。차 일상에서 멀어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자녀들에게 한글을 배우게 하고 싶어 한글학교에 보내는 고려인 부모들이 많다고 했다. 고려한글학교도 처음에는 고려인 학생들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학생의 80% 이상이 고려인이고, 나머지는 한글과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민족의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그는 카자흐스탄 곳곳에 독립운동가들의 흔적과 후손들이 남아 있고, 그 후손들이 여러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강제이주 과정에서 생활 터전뿐 아니라 언어와 문화의 단절까지 경험했던 고려인 사회에서, 다음 세대가 다시 한글을 배우고 한국문화를 만나는 모습은 흥미로운 변화였다. 그러나 이날 한글학교에서 우리가 만난 것은 '역사의 후손'이라는 이름만으로 설명되는 아이들이 아니었다. 카자흐스탄에서 학교에 다니고 친구를 만나며 자신들의 오늘을 살아가는 동백학생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청소년들이었다. 고려인 청소년들과 함께 만든 교류의 시간 동백작은학교 학생들과 고려한글학교 청소년들의 첫 만남에는 조금의 어색함이 있었다. 하지만 공동체 놀이가 시작되고 음악이 흐르자 분위기는 금세 달라졌다. 동백 학생들이 학교와 제주를 소개하고 K-pop 공연과 몸짓을 선보였고, 고려한글학교 학생들도 자신들이 준비한 노래와 율동을 보여주었다. 서로 준비해온 공연과 놀이를 함께 나누며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이어 부채 만들기와 탑로더 꾸미기, 제주 바다에서 직접 주워온 소재를 활용한 비치코밍 활동을 함께했다. ▲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교류 중인 청소년들 ⓒ 이임주 삼삼오오 둘러 앉으니 이야기도 이어졌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학교에서는 어떻게 지내는지, 한국에는 와본 적이 있는지, 제주에는 무엇이 있는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갔다. 특히 고려한글학교 학생들이 직접 만든 부채에 동백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적어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전해졌다. 같은 또래의 청소년들은 서로의 정체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일까. 그리고 이들은 앞으로 이 역사를 어떤 방식으로 이어가게 될까. 궁금하면서도 기대되는 만남이었다.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한국에서 준비해간 한국전통간식과 선물, 직접 디자인한 공정여행 티셔츠를 나누어 주었다. 마지막인사를 나누고 단체사진까지 찍었지만 아이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짧은 만남의 아쉬움이 더해져 이야기를 이어가고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 ?알마티한국교육원 앞에서 직접 만든 현수막을 들고 ⓒ 이임주 새롭게 다가온 한국문화 동백학생 나우는 이번 중앙아시아 교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언어'를 꼽았다. "중앙아시아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가장 신기하고 감동적이었던 건 서로 한국어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이었어요. 다른 여행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묘한 감정이 있었어요. 이번 여행을 지나면서 한국어를 더 애정하게 된 것 같아요." 김울리아 교장과의 만남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고려한글학교 선생님들이 모두 멋있었는데 특히 고려인 3세인 김울리아 교장 선생님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다음에는 조금 더 긴 시간을 갖고 교장선생님 삶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어요." 여러 나라를 여행했지만 중앙아시아에서 느끼는 감정은 조금 달랐다. 먼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 그리고 그 언어가 여러 세대를 지나 다시 아이들에게 이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우리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더 깊이 만나고 싶고,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들이 이어졌다. 강제이주의 역사를 넘어,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 고려인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1937년 강제이주다.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들은 스탈린 정권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고, 낯선 땅에서 다시 삶의 터전을 일궈야 했다. 이번 여행에서도 우리는 그 역사를 여러 차례 마주했다. 하지만 고려한글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그 역사에 또 다른 시선을 더해주었다. 강제이주 이후 여러 세대가 지났고 지금의 고려인들은 카자흐스탄 사회의 구성원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가운데 어떤 이는 가족의 역사를 찾아가고, 어떤 이는 다시 한글을 배우며, 어떤 이는 음악과 문화로 자신의 뿌리와 연결된다. 학생 도하는 이번 여행을 이렇게 돌아봤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오래된 역사일 수 있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흔적처럼 느껴져요. 이번 여행에서는 한글과 한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도 많이 느꼈고, 아름답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여러모로 정말 귀한 경험이었어요." 과거의 사건을 공부할 때와 그 역사의 다음 세대를 직접 만났을 때의 감각은 달랐다. 고려인의 역사는 1937년의 강제이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이후 세대의 삶 속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 ?동백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한 고려인의 역사를 담은 티셔츠_우리가 걷는 곳이 길이 된다. ⓒ 이임주 홍범도 장군의 마지막 숨결이 깃든 곳 고려한글학교와의 교류를 마친 뒤에는 알마티 고려극장으로 향했다. 1932년 연해주에서 창단된 고려극장은 1937년 강제이주와 함께 카자흐스탄으로 옮겨왔고, 오랜 시간 공연을 통해 고려인의 문화와 이야기를 이어왔다. 이곳에는 홍범도 장군의 흔적도 남아 있다. 봉오동전투를 이끈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역시 고려인 강제이주 과정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옮겨졌고, 말년에는 고려극장에서 경비로 일했다. 학생들은 한국에서부터 고려극장의 공연을 꼭 보고 싶어 했다. 이메일을 보내 일정을 문의하고 찾아갔지만 막상 도착했을 때 극장은 공사 중이었다.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 다시 연락을 했고, 다행히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오래된 공연 자료와 대본, 홍범도 장군을 다룬 공연 기록, 의상, 소품들도 직접 볼 수 있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쳤지만 결국 낯선 중앙아시아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야 했던 홍범도 장군의 흔적을 그 자리에서 마주하니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감격이 밀려왔다. 우리는 공연은 보지 못했지만 공연 디렉터와 극장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들은 10월 한국 공연 소식도 전해주었다. "오늘 못 본 공연은 학생들과 함께 한국에서 꼭 다시 만나겠습니다." 알마티에서는 공연을 보지 못했지만 새로운 연결이 생겼다. 홍범도 장군의 흔적을 보기 위해 찾아간 극장에서 그 역사와 문화를 현재까지 이어가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게 된 것이다. ▲ ?홍범도 장군의 숨결이 깃든 고려극장 앞에서 ⓒ 이임주 기억과 연대, 이어가야 할 시간 카자흐스탄에는 이번 여행에서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여러 고려인 단체, 지금의 카자흐스탄 사회를 살아가는 고려인 청년들이 있다. 한국에서 여행을 준비할 때만 해도 이들과 연결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방문을 통해 고려한글학교 청소년과 교사들을 만났고, 고려문화원을 찾아 이야기를 들었으며, 고려극장의 사람들과도 인연을 맺었다. 한 번의 여행으로 고려인의 역사와 현재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번 방문을 통해 더 궁금해진 이야기들과, 다음에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생겼다. 세대를 지나며 일상에서 멀어진 고려말과 한국어를 왜 다음 세대는 다시 배우고 있는지, 독립운동가들의 기억은 후손들의 삶 속에서 어떻게 남아 있는지, 젊은 고려인들에게 '고려인'이라는 정체성은 지금 어떤 의미인지도 더 들어보고 싶다. 그 질문들은 과거의 고려인을 기억하는 방식에도 중요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들을 강제이주의 생존자나 독립운동의 역사 속 인물로만 기억한다면, 지금 중앙아시아에서 살아가는 고려인의 삶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알마티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고려인의 역사가 과거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몇 세대를 지나 다시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 자신의 뿌리와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청소년들, 그리고 공연과 교육을 통해 문화를 이어가는 사람들. 이들은 누군가의 오래된 역사를 보존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고려인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확인한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기억해야 할 역사가 있고, 그 역사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 우리가 만나야 할 고려인은 과거에만 있지 않다. 덧붙이는 글 | 동백작은학교는 제주에 위치하고 있으며 생태, 인권, 평화의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청소년 민주시민 교육 공동체이다. 제주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14세~19세의 청소년들이 함께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배우고 실천하며 따뜻한 공동체를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평등한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으며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배움이 즐거운 '학교를 넘어선 ' 배움의 공동체를 꿈꾸는 곳이다 바다이야기 기계 . 2021년 3월에 처음 문을 열었으며, 전국에서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https://www.dongbaekschool.com/ 이어 부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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